[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00년 비만을 전 세계적으로 만연하는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오는 2015년 비만 인구가 7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식습관의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도 비만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한국인의 성별, 생애주기별 체중 변화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간 비만율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140만명이 비만 인구로 추정된다고 밝혀 충격을 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호주의 고도 비만수술 전문의 폴 오 브라이언 교수가 방한했다. <뉴스토마토>는 29일 그와 만나 최근 고도비만의 심각성과 예방법, 그리고 치료법에 대해 해답을 구했다.

◇오 브라이언 교수는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무리인 고도 비만 환자는 습관 개선보다는 수술 등 적극적 대처가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오 브라이언 모나쉬 의과대학 교수는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무리인 고도 비만 환자는 습관 개선보다는 수술 등 적극적 대처가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고도비만 예방에 대해서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덜 먹고 더 많이 움직이는 것”이라며 “비만은 타 질환의 발생으로 수명을 단축하고, 무엇보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브라이언 교수는 고도비만 수술(랩밴드) 개발에 참여한 전문의로, 1994년 호주에서 최초로 랩밴드 시술을 집도했다. 호주 비만 대표 기관인 비만수술센터(CBS) 대표이기도 한 그는 2010년까지 60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랩밴드’ 수술을 진행하는 등 이 분야의 최고 전문의로 유명하다.
다음은 오 브라이언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먼저 방한 목적은 무엇인가.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의 초청을 받아 고도비만의 심각성과 치료법을 공유하기 위해서 방한했다. 고도비만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많은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내가 소속한 모나쉬대학병원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보고 배운 경험을 공유하고자 방한했다.
- 고도 비만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간단한 설명을 부탁한다.
▲비만은 체질량지수(BMI)를 통해 진단한다. 수치가 30이 넘어가면 비만이라고 보고 있다. 비만이라고 말하는 단계부터 질병으로 보고 있는데 BMI 35를 초과할 때부터 심각한 비만, 40을 넘을 때부터 고도비만이라고 말한다. BMI 지수 계산법은 키 제곱에 체중을 나누면 된다. 예를 들면 175cm에 몸무게 68kg이라면, 1.75×1.75에 나온 3.06을 다시 68로 나눈다. 결과 값이 22이 이므로 이 사람은 정상 체중이라 할 수 있다.
- 호주도 비만이 심각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부탁한다.
▲전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는 5억명 정도로, 호주에는 약 400만 명, 한국에는 140만 명 정도의 비만 인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인구는 1980년대 이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발병건수가 2~3배 정도 증가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 확대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비만은 타 질환의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삶의 질 하락, 수명 단축 등의 부정적 영향을 수반하기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 비만 증가 추세의 가장 큰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가용 식량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를 봤을 때 지난 30년간과 같이 가용식량이 많았던 적이 없었다. 현재는 식량을 저렴한 가격에 깨끗하고 매력적인 음식을 구하기 쉬워진 만큼 사람들이 이를 거부하기가 어렵다. 더불어 현대화로 사람들의 신체 활동이 현저히 줄어들어 운동 부족 상태라는 것 또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 고도비만이 되지 않기 위한 예방법으로는 무엇이 있나.
▲덜 먹고 더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덜 먹는 것을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다이어트라는 것은 사실 제대로 먹는 것을 의미한다. 신체가 필요한 만큼만 섭취하고 활동적으로 지내는 것이 가장 옳은 방법이다. 개인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방법인데, 유전적인 영향으로 어떤 이들에게는 체중 조절이 쉬워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 고도비만을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비만은 질병이며 환자들이 삶을 영위함에 있어 많은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환자의 치료에 있어 지역 사회도 책임이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삶의 질이 낮을 뿐 아니라 생존기간도 짧아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도의적인 책임 외에도 치료를 해야 하는 경제적인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보건 관련, 국가 공공 예산이 당뇨, 요통 등 비만에 수반되는 여러 질환에 소요되고 있는데. 비만을 미리 치료할 수 있다면 이러한 사회 비용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 수술법 중 고도비만 치료로는 어떤 것이 제일 먼저 이뤄지나.
▲아무래도 가장 단순한 방법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가장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방법은 위밴드(gastric banding)수술이다. 수술방법 자체도 굉장히 안전하다. 또한 위의 크기 정도를 충분히 조절할 수 있고 원치 않는 경우 장치를 제거할 수도 있다.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무리인 고도 비만환자의 경우 습관 개선보다는 수술 등 적극적 대처가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 위밴드 수술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우선 위장 상단부에 실리콘 링을 삽입한다. 이 링에는 풍선이 들어 있어서 이를 부풀리면 위를 조여주게 되는데, 이는 식욕을 억제하고 배고픈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음식을 계속 찾지 않게 되고 음식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게 된다. 무엇보다 위밴드 수술의 장점은 식사를 할 때에 조금만 먹어도 쉽게 포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 체중 때문에 고민인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덜 먹는 것이 중요하다. 밴드 수술은 덜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먹는 것의 즐거움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최선의 방법은 양보다는 질을 우선시하는 것인데, 즉 좋은 음식을 소량만 먹는 것이다. 한국이라면 생선과 좋은 야채를 곁들여서 먹는 것이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