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Channel: 뉴스토마토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384186

(산재공화국)③국토 뒤덮은 화학물질, '국민 알권리'는 실종

$
0
0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산업화와 함께 태동한 화학물질. 반도체, 중화학공업, 타이어 등 굴뚝산업부터 첨단산업까지 모두 화학물질을 필수적으로 다룬다. 그러다 보니 무려 연간 4억만톤 가량의 화학물질을 취급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이 화학물질 '탄약고'로 불리는 이유다.
 
반면 정작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와 정보의 수준은 매우 낮다. 심지어 전국에 유통·취급되는 유해화학물질의 정확한 수치조차 알 수 없으며, 다량의 화학물질이 유통되는 전국의 각 공장 직원과 공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해당 기업에서 배출하는 물질의 종류와 영향 등에 대한 정보가 없다. 1년에 화학물질을 수십만톤씩 쏟아내면서도 관련내용을 공개할 의무가 없어 기업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연간 화학물질배출량 '위험수위' 도달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화학물질과 관련한 정보 제공에 미온적인 태도를 나타내는 가운데, 주요 화학업체가 한해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유독화학물질이 경각심을 가질 만한 수준을기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뉴스토마토>가 환경부 환경통계포탈에서 제공하고 있는 화학물질별 배출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8년까지 총 4000만~4600만㎏ 수준을 나타내던 환경배출량이 2010년부터는 사상 최초로 5000만㎏ 수준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환경부는 갑작스레 정보 공개를 중단했다.
 
◇환경부 환경톹계포탈에서 제공하고 있는 국내 화학물질 이동·배출량 통계(사진=환경부 환경통계포탈 홈페이지)
 
민간연구소, 시민단체 등에서는 환경부의 이같은 태도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또 정부는 여전히 개별 공장이 특정 유독물질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 공개 요구를 법적으로 막아주고 있다.
 
업체가 주민들에게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는만큼 거듭된 시민들의 요구에도 기업은 '철옹성'이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의 80% 이상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지난 2009년 환경부는 59개 사업장 배출량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바 있는데, 이에 따르면 2004년까지 한국 바스프 여수공장은 '살인가스'로 알려진 '포스겐'을 해마다 50~74㎏가량 대기 중에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 구미의 제일모직 공장 또한 2006년 이전까지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를 25만㎏씩 배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을 공기 속으로 내뿜는 공장들도 많았다. 울산의 SK에너지는 2006년 5만5000㎏의 벤젠을 배출했고, 온산읍의 에스오일은 3만7000㎏, SKC는 1만1000㎏의 벤젠을 그 해에 내보냈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의 현대오일뱅크에서도 2만㎏의 벤젠이 배출됐다. 이들은 수년간 배출량이 줄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사업장이 배출하는 1급 발암물질 중에는 벤젠과 포름알데히드가 대부분이고, 2급인 발암우려물질에는 TCE, 2급 발암가능물질에는 디클로로메탄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데, 지역별로는 중화학산업단지인 울산과 전남 여수, 충남 그리고 사업장이 밀집된 인천과 경기에 몰려 있다.
 
물론 이 또한 환경부 감독 하에 측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율적으로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합산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로 판단하긴 어렵다.
 
◇관계부처 '주먹구구식' 조사..주민 불안감 고조
 
화학물질은 다양한 방식으로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 가령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불산이 대량으로 누출된다면 인근 대기질뿐만 아니라 토양, 식물, 하천 등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는 농작물, 수질에 녹아들어 인근 주민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등의 인근 지역 조사는 '대기질 조사'에만 한정돼 있다. 구미 불산 사태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사고 이후 환경부가 인근 지역에 대한 오염도 조사를 진행했음에도 늘 결과가 '이상 없음'으로 나타난 것도 같은 이유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부소장은 "구미 불산 사태 때 환경부에서 계속 대기, 토양 오염도만 조사하고 식물은 조사하지 않아 인근 식물도 측정해달라고 요청했었다"며 "하지만 담당자는 '식물쪽은 환경부 소관이 아니라 농림부 담당'이라며 측정을 거부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폭로했다.
 
환경부의 거부에 부딪힌 연구소가 인근 지역 식물을 직접 채취해 조사한 결과, 농도가 높은 곳은 최대 0.5ppm의 불산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는 불산을 취급하는 사업장 내부 농도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다.
 
◇다산인권센터 회원들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제공=다산인권센터)
 
관계부처의 '주먹구구식' 조사에 해당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화성시 주민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화성시는 삼성반도체 공장 주변의 환경안전평가 용역을 위해 4억여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지만, 삼성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아 사실상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땅값, 집값 등 금전적 가치추구에만 매몰된 일부 주민들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진선 삼성불산사고 대책위원회 운영간사는 "당초 삼성전자와 지역민들의 소통협의체가 구성됐다가 2차 불산사고 이후 완전히 중단됐다"며 "협의체의 본질적 목적인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알 권리, 사고대책 논의보다 삼성전자의 지역공헌 사업이 중심이 되면서 갈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장하나, 한정애 의원 등을 중심으로 화학물질 취급 기업에 대해 미국 기준에 준하는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정부는 잇단 사고에도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돼 있는 '지역사회의 알권리에 관한 법'은 1986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제정됐다. 기업이 배출하거나 이동시키는 유해물질 종류와 특성과 양을 주민에게 공개토록 의무화한 것이다. 이 법은 지역주민을 화학공장의 사고에 의한 피해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장하나 의원은 "미국의 경우 '비상계획 및 지역사회의 알권리에 관한 법'을 통해 기업이 사업장에서 배출시키는 유해물질뿐만 아니라 이동시키는 유해물질까지 공개하고 있다"며 "지역사회가 위험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어야 다양한 상황과 환경에 융통성 있는 대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정보도 없이 그 어떤 대처도, 예방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끝>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384186

Trending Articles



<script src="https://jsc.adskeeper.com/r/s/rssing.com.1596347.js" async> </scri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