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자재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선박 건조가 중단되는 등 심각한 재정난에 처한 STX조선해양(067250)협력사들이 집회를 열고 채권단의 추가자금 지원을 호소했다.

(사진제공=STX)
STX조선해양 사내협력사 대표협의회는 이날 "STX조선해양이 운영자금 부족으로 기자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사내 협력업체들의 조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STX그룹의 중심에 서 있는 STX조선해양에 신속히 운영자금을 지원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해 달라"고 채권단에 요구했다.
이어 "사내 협력사 임직원 5000여명은 평일 잔업과 주말 특근을 못하는 등 2년치 9조원에 달하는 선박건조 물량을 눈앞에 두고도 휴무하는 일수가 계속 늘고 있다"고 호소했다.
협의회는 또 "STX그룹은 조선업종에 수직계열화 돼 있어 STX조선해양이 조업을 중단하면 그룹 내 운영자금은 더욱 줄어들 뿐만 아니라 선주사들의 신뢰도가 하락되며, 선박인도 지연 배상금, 선수금환급보증(RG) 반환 등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STX조선 협력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은 50%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선박 제작에 필요한 자재를 제 때 공급하지 못하면서 대다수 협력업체들이 일주일에 4~5일씩 조업을 중단하고 있는 실정.
STX조선해양에 선박 기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00억원이 넘는 자재대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관련 임직원들의 임금 지급이 미뤄지고 있으며 회사를 그만 두는 직원들도 점차 늘고 있다.
이 때문에 STX조선해양 협력사들은 서둘러 추가자금을 투입해 선박을 제작하고, 이를 통해 매출을 발생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 경영정상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협력업체에서는 STX조선해양이 요청한 4000억원으로는 채 두 달도 버티지 못한다며 채권단이 STX그룹의 경영정상화에 합의한 이상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채권단이 추가자금 지원에 동의해 4000억원을 투입할 경우 이중 2200억원은 밀린 자재대금으로, 1100억원은 밀린 임금 등 외상매출채권 상환으로 지출돼 정작 선박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700억원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한 달 평균 4~5척의 배를 선주사에 인도하는 STX조선해양의 경우 700억원으로 두 달간 10여척의 선박을 인도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의 추가 지원 요청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달 STX조선해양에 지급한 6000억원을 포함해 올 들어 STX그룹에 긴급 지원한 돈만 1조1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연내 추가로 들어가야 할 자금이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면서 채권단 소속 은행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은 27일 STX조선해양에 대한 추가자금 지원 협의 회의에서 선박 제작 자금 1500~2000억원과 선박 추가 수주에 필요한 2억달러 가량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7개 채권은행에 요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