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KBS, MBC, SBS)
[뉴스토마토 김명은기자] 경제가 불황이면 부담 없이 웃고 떠들 수 있는 개그 프로그램이 호황을 누린다는 속설이 있다.
마치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 2011년말부터 2012년 초까지 KBS2 '개그콘서트'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코미디가 예능의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또 '개그콘서트'를 연출했던 김석현 PD가 tvN으로 자리를 옮겨 새롭게 선보인 '코미디 빅리그'가 방송가에 새바람을 일으키며 개그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방영해 SBS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투나잇'을 신설했고, 이에 질세라 MBC가 '코미디에 빠지다'를 통해 코미디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박명수가 후배 개그맨들과 어울려 새로운 형식의 코너를 선보이는 등 방송 3사와 케이블 채널에 이르기까지 개그 프로그램의 부활을 이끌기 위해 노력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지금 기대만큼 큰 효과를 보고 있진 않다. SBS가 지난 4월부터 '개그투나잇'을 '웃음을 찾는 사람들 시즌2'(이하 '웃찾사')로 이름을 바꾸고 방송 시간대도 토요일 심야에서 일요일 오전 10시 45분으로 이동하는 등 변화를 꾀하며 개선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대중들의 관심은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 2003년 4월 20일 첫 방송한 '웃찾사'는 2005년 1월 20일(88회) 방송분이 자체 최고 시청률 28.2%(AGB닐슨 수도권 기준)를 기록하는 등 한 때 '개그콘서트'를 능가하는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다양한 시청자층을 끌어안을 것으로 기대해 시간대를 옮기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프로그램 이름까지 바꿨지만 여전히 큰 폭발력을 일으키진 못하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예전 '웃찾사' 같지 않네. 그냥 다시 심야로 가는 게 낫다"라는 혹평을 내리기도 한다. '정 때문에', '개투제라블' 등 좋은 반응을 일으키는 코너들도 존재하지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기인한 결과로 보여진다. '웃찾사' 시즌2는 현재 시청률 한 자릿수 대에 머물러 있다.
케이블 채널를 대표하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인 '코미디 빅리그'도 시즌을 거듭하면서 부침을 겪고 있다. 한 때 화제성에서 '개그콘서트'를 압도하는 듯 보였지만 꾸준한 인기를 모으는 데는 실패했다. MBC '코미디에 빠지다' 역시 지난 4월부터 이윤석, 김경식, 고명환 등 고참 개그맨들을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아직은 반응을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선두주자인 KBS2 '개그콘서트'의 고전은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011년 최효종이 이끈 '애정남', '고뤠~ 아저씨' 김준현을 스타덤에 올린 '비상대책위원회', 사투리 개그 '서울 메이트' 등을 통해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하며 큰 인기를 모았던 '개그콘서트'는 최근 들어 마땅히 내세울 만한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24일 방송분의 시청률이 1년 6개월 만에 15% 아래로 추락하는 등 침체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개그콘서트'를 제외하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모두 폐지됐던 과거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상황이지만 예능의 한 축을 담당해온 코미디 프로그램의 침체는 여러 문제점을 야기한다. 종국에는 예능 프로그램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이수근 등 요즘 잘나가는 예능 MC들은 대부분 과거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기본기를 다졌다. 이들이 버라이어티 분야로 진출해 활동폭을 넓히면서 자연스럽게 코미디 분야에서 재능 있는 신인들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지금은 배우와 가수 출신들이 버라이어티 분야를 장악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개그맨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코미디 프로그램의 인기마저 시들해지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예능을 본업으로 하지 않는 연예인들을 제외한 실력 있는 전문 MC진을 길러내기가 상대적으로 힘든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2의 유재석-강호동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가 된다. '코미디가 살아야 예능이 살 수 있다'는 인식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