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명은기자] 요즘 TV 예능이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출연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하나 꼼꼼히 담아내는 형식의 이른바 '관찰예능'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무한도전'과 '1박2일'을 중심으로 리얼 버라이어티가 득세하던 시기를 지나 변화된 시대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해 의미있는 메시지까지 담아내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고 있다.
KBS2 '인간의 조건', MBC '나 혼자 산다' '일밤-아빠! 어디가? '일밤-진짜 사나이'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김준호를 비롯해 KBS2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 6명이 함께 출연하는 '인간의 조건'은 현대인의 필수 조건을 하나씩 가감해봄으로써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개그맨들이 시청자들을 대신해 일주일 동안 하나의 미션을 수행하면서 의식주 등 생활 패턴이 어떻게 변화해나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가령 현대인의 생활 필수품인 휴대폰 없이 일주일을 버틴다는 식이다.
'나 혼자 산다'는 좀 더 생활 밀착형이다. '1인 가구 453만 시대'의 현실을 반영해 1인 가구의 싱글라이프를 꽤나 대담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기러기 아빠, 주말부부, 상경 후 고군분투 중인 청년, 독신남 등 저마다의 사연으로 싱글족이 된 스타들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촬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정규 편성이 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달엔 MBC가 싸이의 단독 콘서트 실황을 녹화방송하면서 프로그램이 갑작스럽게 결방되자 시청자들의 원성이 빗발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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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BS, MBC)
'아빠! 어디가?' 역시 기존 리얼 버라이어티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좋은 아빠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이른바 전문 예능꾼들이 출연해 '웃음 유발'에 방점을 찍고 활약하지 않는다. 연기자와 방송인, 운동 선수 출신 아빠와 그들의 자녀들이 엄마 없이 보내는 48시간의 여정을 세심히 관찰한다. '아이가 커갈 수록 점점 소외되어가는 아빠의 자리'라는 시대적 화두를 던지며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유도하고 있다.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을 바라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리얼입대 프로젝트라는 설명을 덧붙인 '진짜 사나이'도 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다. 이른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불리는 군대에서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남자들이 모여 타인과 공존하는 법을 배운다는 기획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이 실제 군대에 입대해 병사들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제작진이 개입을 최소화하고 출연진의 24시간은 내부반에 설치된 관찰 카메라에 담긴다. 프로그램의 인기와 더불어 군의 이미지까지 좋아졌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육군 뿐만 아니라 해군과 공군에서도 출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영화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 '몽타주' 등에서 심리 슈퍼바이저(관리자)로 활동한 김한규 박사(정신건강의학과)는 이 같은 '관찰예능'의 인기 이유에 대해 "시청자들이 유명인도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는 동질의식을 느끼게 되고, 또 이들의 사생활을 훔쳐보고 싶은 심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이런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삶에도 일정 부분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청자들이 유명인들의 삶을 통해 배울 부분은 배워서 자신들의 일상에 적용하는 일종의 모델링 작업을 하기도 한다. 또 자조모임 성격의 특징으로, 힘든 부분을 공유하며 서로 위안을 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송에서)한 명보다는 여러 명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관계를 통해 대인관계의 다양한 패턴을 보고 배우고, 이야깃거리로 삼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