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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안보·경제 막론하고 '컨트롤타워'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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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금융부 기자
#1. 오스트리아는 오늘날 중부 유럽에 위치한 인구 900만명의 작은 국가지만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위상은 남달랐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프로이센(이후 독일)·프랑스 등과 함께 유럽 정세를 좌우하는 주요국 중 하나였다.
 
그 중심에는 오스트리아 외무장관과 수상을 역임한 클레멘스 폰 메테르니히가 있었다. 메테르니히는 독일 수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와 어깨를 견주며 나폴레옹 시대 이후 19세기 유럽질서의 토대를 마련했다.
 
메테르니히가 고위직에 올랐을 때는 이미 오스트리아가 쇠퇴하기 시작하던 시기라 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웠다. 그를 두고 "세상은 바뀌는데 복고·반동적인 '빈 체제'를 도입해 역사의 진보를 막으려 했다"거나, 반대로 오스트리아의 국익을 지켜야 할 때 유럽 전체의 이익에 함몰된 모습을 보였다는 등의 의견도 제기된다. 다만 메테르니히가 있을 때 오스트리아가 주변 강대국들과 어깨를 견줬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메테르니히 실각 후 오스트리아가 지배 중이던 많은 지역에서 독립운동이 일어나며 '제국의 영광'은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2. 19세기 당시 오스트리아가 마주했던 외교안보 상황은 지금의 한반도와 비슷하다. 당시 오스트리아 주위에 프랑스·프로이센·러시아 등이 있었던 것처럼, 미국·중국·러시아·일본·북한 등이 주위를 감싼 한국의 외교안보 환경도 간단치 않다.
 
지난해 연이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평화 분위기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급격히 사라지고, 남북 간에 별다른 대화가 오가지 않고, 북미 간 '말폭탄'이 오가는 와중에도 우리 정부가 역할을 하지 못하자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달 모 부처에 이같은 제언을 했음을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①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명확히 구분해라. 그리고 북한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론을 버려라. 북한의 의도를 보다 냉정하게 보라.
② 창의력과 상상력의 부재라기보다 용기의 부재이다. 남북관계로 인해 생기는 한미관계의 불편함과 남남갈등을 감내할 용기를 다시 가져야 한다. 한미관계와 남남갈등엔 최소의 제한적 손상(Limited damage)이 나타나도록 남북관계를 유도하면서 빠른 회복력(resilience)을 보일 수 있는 갈등관리가 필요하다.
③ 그런데 그 일을 해야 할, 외교통일국방분야 국가안보전략을 종합적으로 조율하고 지휘할 컨트롤타워, 지휘자(conductor)가 부재하다.
④ 듣기 싫은 소리를 멀리하는 자세를 버려라.
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미국을 극복하라.
 
'모 부처'는 김 교수의 제언을 얼마나 깊이있게 받아들였을까. 김 교수가 지난 4일 재차 "(청와대) 안보실이 있기나 한건지, 상황을 조율·지휘할 안보분야 지휘자(conductor)가 있기나 한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토로한 것에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3. 상황을 조율·중재할 '지휘자'의 부재는 외교안보 영역에서만 제기되는 문제일까.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시중은행의 주가연계신탁(ELT) 판매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에 투자했다 손실을 입은 피해자에 최대 80% 배상 결정을 내리면서 'ELT 판매금지' 가능성이 제기되던 차에, 금융당국이 최근까지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던 중에 나온 의외의 결정이었다.
 
금융당국이 제한적이나마 ELT 판매허용 결정을 내린 이유는 뭘까. 당국의 강경기조에 은행권이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한데 따른 것인지, 정부가 얼마 전까지 강조했던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것인지 정확한 속사정을 기자는 알지 못한다. 다만 현 정부의 금융정책이 상황에 따라 춤을 춘다는 일각의 비판에 비춰볼 때 어떤 '전략'에 기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걱정부터 든다. 서울시내 모 대학 경제학과 교수의 "지금은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도 없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인 듯하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가 따로 논다"는 비판에 비춰봐도 그렇다.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피해는 결국 일반 국민들에게 미친다는 점에서 답답해진다. "영역 불문하고 사람 사는데 다 똑같다"는 말로 지나가기 어려운 이유다.

최한영금융부 기자(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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